[싱싱차이나의 시사읽기] 기성(棋聖) 섭위평(聶衛平)과 한국 바둑

시사 2010/03/2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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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80년대, 개혁개방의 문호를 열었지만 여전히 국제무대에서 낙후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던 중국. 이런 중국인들이 세계 무대에 내세울 수 있었던 2가지 브랜드가 있었으니 바로 당대 최강 여자배구와 중국 바둑의 총아(寵兒) 섭위평(聶衛平)이었다.

수천 년의 역사가 깃든 바둑의 종주국, 중국. 하지만 현대 바둑은 그런 중국이 아닌 일본에서 출발한다.

중국이 세계 최초로 발명했다는 4대 발명품인 인쇄술∙나침반∙화약∙종이, 이 모든 것이 초원의 길과 바닷길을 따라 지구 반대편에서 꽃을 피운 후 지난 19, 20세기 중국의 심장을 겨눴던 것처럼 당시 바둑 역시 왜국(倭國)라 불리며 문화 후진국에 불과하다 생각했던 일본에서 꽃을 핀 후 중국의 목덜미를 노리고 있었다.

1985년 중일 양국 슈퍼 대항전에서 절대 우세를 자신하던 일본과 죽의 장막을 걷어 젖히고 세계 바둑계에 첫 모습을 드러내는 중국과의 일전은 승부의 결과를 너무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400명 이상의 풍부한 프로바둑 기사를 보유한 일본에는 고바야시 고이치∙고바야시 사토루∙다케미야 마사키∙가토 마사오∙후지사와 슈코 등 바둑계를 호령하던 기라성 같은 고수들이 즐비했기에 누가 나서도 중일 대항전의 우승을 장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다케미야 마사키∙가토 마사오∙다케미야 마사키 등은 중국 기사들에게는 져 본 적 없는 "중국 킬러"로 악명이 높았다.


天有不測風云,人有旦夕禍福。

하늘의 변화는 예측할 수 없고 인간 화복 역시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대회의 첫 수가 착점(着點)되자 일본의 예상과는 다른 전개가 나타났다. 중국의 강주구(江鑄久) 5연승을 하며 일본의 기를 꺾어버린 것이다. 그러자 일본은 당시 세계 최강이던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을 출격시켜 6연승을 기록, 대회 우승을 눈 앞에 두게 되는데 이 때 기적이 일어난다. 산소통을 입에 문 섭위평 9단이 고바야시 고이치, 가토 마사오, 후지사와 슈코 9단을 연파하고 중국에 우승컵을 안긴 것이다. 이후 그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었다.

2회 대회 역시 최후의 수문장으로 나와 6연승, 3회 대회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2연승하면서 중국 바둑의 위력을 세계 만방에 떨쳤다.

그리고, 1988 3 26일 그는 중국 바둑계 유일(현재까지도)한 기성(棋聖)의 칭호를 받으며 국가 영웅이 된다.

만약 그의 세계 챔피언 등극을 위해 만들어진 응씨배(應氏杯)에서 조훈현(曹薰鉉) 9단이 섭위평을 잡지 못했다면 아마도 그는 1980년대와 90년대를 지배한 기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당시 아웃사이더이던 한국 바둑과 조훈현의 등장은 그의 바둑 인생 최대의 한으로 남을 듯싶다. 그가 기른 제자 상호(常昊, 국내에서는 창하오라고 불리고 있음) 역시 조훈현의 제자 이창호에 의해 오랜 세월 2인자로 남았으니 더욱 그럴 것이다.

(우측 사진 출처: 조훈현 9단 개인 홈페이지)



六年下放磨一劍,6년 동안 하방 속에서 실력을 갈고 닦으니,

             絕藝如君天下少。그 뛰어난 실력 천하에 맞수를 찾기 힘드네

             山外青山樓外樓,허나 세상은 넓고 뛰어난 자는 많은 법

             天既生聶,何生曹。하늘은 섭위평을 낳고 왜 또 조훈현을 낳으셨나.


그런 그가 한국 바둑은 기예(技藝)가 결핍되고 속임수가 난무하는 전투 일변도의 승부바둑에 불과하다면서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에서 속임수는 당연하다(兵者,詭道也)-손자병법(孫子兵法)라고 했다.

반상(盤上)의 전쟁, 360() 속의 우주전쟁인 바둑에서 승리를 위한 전투와 속임수는 당연한 것이 아닐까?

만약 기도(棋道), 기예(棋藝)라는 말에 사로잡혀 정면승부, 정도(正道)만 강조한다면 춘추시대 송양왕(宋襄王)의 송양지인(宋襄之仁)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수담(手談)의 스포츠 바둑에서 중용(中庸)에 나오는 것처럼 상대에 맞춰 나아감과 물러섬을 조절할 줄 알아야(進退自如) 바둑의 진의(眞意)를 제대로 깨우칠 수 있을 것이며 진정한 기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섭위평 9단이 기성의 칭호를 받은 오늘, 한국 바둑의 벽에 막혀 세계 타이틀을 손에 쥐지 못한 그가 중국 바둑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만큼 좀더 넓고 큰 배포를 가지고 한국 바둑을 인정하는 진정한 기성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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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차이나의 시사읽기] 금순공정(金盾工程)과 문자옥(文字獄)

시사 2010/03/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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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차이나의 시사읽기금순공정과 진시황그리고 문자옥

[싱싱차이나의 시사읽기] 금순공정과 진시황, 그리고 문자옥

 

오는 4 10일 구글이 중국시장에서 철수해 홍콩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모색하던 구글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중국 정부 역시 글로벌 검색시장의 절대자인 구글을 이대로 내치기까지 많은 고심을 거쳤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양측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버린 듯하다.

 

구글의 철수는 중국정부가 추진 중인 금순공정(金盾工程)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구글은 검색에 있어 어떠한 제약을 두지 않는 것을 모토로 내걸고 각국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1998 PC IP 통제를 통한 이용 이력 조사, 특정 검색어 검색 제한 등 정보에 대한 정부 통제를 골자로 한 금순공정을 중국정부가 추진하면서 구글의 중국시장 철수 사태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이런 금순공정을 보고 있노라면 아마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이 많이 떠오를 것이다. Gold Shield Project라는 영문 번역 명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순공정은 만리장성(Great wall)을 빗댄 Great Firewall Project(만리방화벽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라고 불리고 있다.

 

북방 유목민족의 침략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미에서 추진한 만리장성. 정보의 유출입을 관리하겠다는 의미에서 추진 중인 금순공정.

 

이 둘은 모두 정적(靜的)인 방어벽을 통해 동적(動的)인 외부 대상을 제어하겠다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좋게 말하면 그들의 중국인들의 병학(兵學) 사상 가운데 핵심 논리인 이정제동(以靜制動)의 철저한 구현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사실 흐르는 물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은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진시황의 만리장성은 수많은 백성들의 고혈을 기반으로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지만 결국 외적 방어에는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였고 되려 숱한 유목왕조의 창조를 지켜봐야 했고, 금순공정은 현재까지 중국 정부의 의도대로 추진되고 있는 듯 하지만 이미 번장(翻墻, 방화벽을 뚫고 제한을 걸어놓은 IP에 접속을 하는 해킹) 등을 통해 금순공정을 극복해내는 네티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진시황이 500여 년에 걸친 춘추전국시대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동력은 정보 및 인재에 제한을 두지 않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泰山不讓土壤故能成其大海水不擇細流故能就其深-이사(李斯)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태산이 될 수 있었고

바다는 한줄기 시냇물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엄청난 깊이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천하통일을 달성한 진시황과 이사는 통치기반 강화라는 명분으로 분서(焚書)라는 전례 없는 문화탄압을 진행하고 결국에는 만만세가 아닌 2세 만에 멸망하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 (물론 분서 등 문화 탄압은 진나라 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진시황뿐만 아니라 금순공정은 중국 역사 속 문자옥(文字獄)라는 정보 사전검열 작업과도 그 모양새가 비슷하다. 한족(漢族) 문인(文人)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건륭제(乾隆帝)의 문자옥도 그렇지만 한족 출신인 명태조(明太祖) 주원장(朱元璋)의 문자옥은 그 악랄함과 어이없음에 혀를 차게 할 정도이다.

자신의 본명과 비슷한 글자, 자신의 외모를 묘사하는 듯한 글자 등등 일단 주원장 자신이 이것은 나와 연관되며 나를 저주하는 내용이라고 찍는 순간 그 글을 쓴 이는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만큼 억지스러운 사전 검열이 바로 문자옥이다. 사실 봉건시대에는 그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매 왕조, 매 군주 별로 문자옥은 다 있었다. 군주와 조정에 반하는 그 어떤 내용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시각에서 출발한 문자옥은 엄청난 피바람을 동반했지만 사실 혹은 진실(그 진실이 누구를 위한 진실이든 간에)을 전하고자 하는 이들을 100% 다 막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런 정보 통제로 인해 정신문화 등 문화유산이 단절되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데 방해를 받았을 뿐이다.

 

인간의 사고와 네트워크에 기인한 여론과 정보는 바둑판과도 같아 변화무쌍한 행마를 거듭하며 4차원적으로 발전, 파생하는 것인데 분서와 문자옥 같은 정부의 정보통제는 그 여론과 정보를 체스판 말들의 행보로 간주하고 3차원적인 장벽으로 억제를 했기에 실패할 수 밖에 없고 눈 앞에 보이는 일시적인 성과가 장기적인 성공을 담보할 수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구글 사태로 중국에 진시황의 만리장성 축조나 분서, 명태조 주원장이나 건륭제의 문자옥과 같은 결과가 나타나길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의 흐름을 되돌아 볼 필요는 있다.

 

아편전쟁의 주인공 임칙서(林則徐)는 이렇게 말했다.

 

海納百川,有容乃大。

바다는 많은 강을 끌어안을 만큼 그 크기가 크다.

 

이미 56개 민족을 끌어안고 있는 중국이 바다와 같이 많은 강을 끌어안고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좀더 대국적인 자세를 가져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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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차이나의 시사읽기] 세 번 주유를 화나게 하다(三氣周瑜)

시사 2010/03/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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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
주유를 세 번 화나게 하다(三氣周瑜)

[싱싱차이나의 시사읽기] 주유를 세 번 화나게 하다(三氣周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간의 피겨대전 이후 국내 언론 및 네티즌들은 김연아의 압도적 우승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를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그의 재능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다 비운의 2인자로 남은 살리에르에 비유하며 김연아 등장 이전까지 천재 피겨선수로 각광을 받던 아사다 마오의 박복한 시대운을 위로하기도 한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관계를 이야기하게 되면 동양 고전 속의 유명 인사인 제갈량(諸葛亮)과 주유(周瑜)의 관계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실제 역사 속이 아닌 "삼국연의(三國演義)" 속에서이긴 하지만 제갈량 등장 이전까지 강동 최고의 재사(才士)라 불리던 주유였지만 '()이라 불린 사나이' 제갈량의 등장으로 열등감과 자괴감, 시기와 질투 속에서 병들어 가게 된다.

 첫 단추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는 공동의 적인 조조(曹操)가 있었기에 함께 전략을 논의할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欲破曹公宜用火攻萬事俱備只欠東風

조조를 이기려면 화공을 써야 하는데 모든 게 갖춰졌건만 동남풍이 빠졌구려

   승리의 핵심인 동남풍과 화살을 구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댈 때까지만 해도 좋았지만 동남풍을 제갈량이 불러오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본디 "한 하늘에 두 태양이 있을 수 없는 법(一山不容二虎)", 이후 주유와 공명(孔明)은 치열한 정보전을 전개한다. 한 쪽에서 방화벽을 치면 그것을 해킹하고 또 방화벽을 치는 현대 정보전의 오리지널 버전이라고 할까.

 결국 병가필쟁의 땅(兵家必爭之地)인 형주(荊州) 장악을 둘러싸고 주유의 찌르기를 공명이 손쉽게 방어하면서 승부의 축은 급속도로 공명에게 넘어간다. 공명에게 농락당할 대로 농락당한 주유는 적벽대전에서 당한 부상에 울화병에 시달리다 "이미 주유를 세상에 내셨거늘 어찌 또 공명을 내리셨나이까!(生瑜何生亮)"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뜬다. “既生瑜何生亮이 한 마디에 도저히 자신의 능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1인자를 바라보는 2인자의 비참한 심정이 그대로 녹아있음은 우리가 주지하는 바이다.

 올림픽 전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벼리고 벼려 날카로운 비수로 만들었고 쇼트와 프리 모두에서 실수 없이 완벽한 점프를 구사하였다. 하지만 적벽대전의 동남풍처럼 아사다에게 빠진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강심장이었고 그 강심장을 가진 이는 동남풍을 불러온 제갈량, 김연아였으니 승부의 축이 김연아에게 급속도로 기울게 된 것은 피할 수 없었다.

 欲破宜用三周半跳萬事俱備只欠鐵膽

연아를 이기려면 트리플 악셀을 해야 하네. 다 준비가 됐건만 담력이 부족하구나

 강한 담력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다시 없을 기쁨을 선사한 김연아는 앞서 207, 210점이라는 2단 콤보를 성공 한데 이어 마지막으로 228점이라는 결정타를 날리면서 아사다 마오를 회복하기 힘든 열등감에 빠뜨렸다. 지금 마오는 국내 네티즌이나 언론 미디어가 말하는 것처럼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바라보는 심정을 느낄 것이고 주유가 제갈량으로부터 느낀 패배감, 좌절감에 빠져 있을 것이다.

 何生

이미 마오를 낳으셨는데 어찌 또 연아를 태어나게 하셨나이까?

 과연 마지막 228점 카운터 공격에 아사다 마오가 주유처럼 급속 내리막을 걸을지, 3단 공격으로 확실한 수준 차를 보여준 김연아가 제갈량처럼 승승장구의 길을 계속 걸을지 곧 다가올 세계선수권 대회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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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시앙라이 2010/03/04 1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잼나게 보고 갑니다~~ㅋㅋ중국당에 활발한 활동 멋지세요~

  2. BlogIcon 깊은나무 2010/03/09 0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블로그 재밌네요^^ 알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라이투미 멘션 주고 받았던 @somupa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