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차이나의 시사읽기] 생전에는 인걸(人杰)이요 죽어서는 영웅(英雄)이도다

시사 2010/05/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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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춘추전국시대를 마무리한 진시황(秦始皇)의 제국(帝國) 15년이 채 되기도 전에 혼란에 빠지면서 우리가 장기판에서 만날 수 있는 초∙한 대전(楚漢大戰)이 전개된다. 5년여에 걸친 대결의 승자는 유방(劉邦)이었지만 훗날 문인(文人)이나 일반 민중들에게 영웅으로 추앙 받은 이는 오히려 항우(項羽)였다.

남송 여류문인 이청조(李清照)도 그런 영웅으로서의 항우를 기리면서 유명한 「하일절구(夏日絕句)」를 후세에 남겼다.

 

生當作人杰,死當為鬼雄。

살아 생전에는 인중호걸(人中豪杰)이었고 세상 떠나서는 영웅이 되었네.

至今思項羽,不肯過江東。

문득 초패왕(楚霸王) 생각하니 구차하게 강동(江東)으로 도망가지 않았네.

 

얼마 나라를 비통에 잠기게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꽃다운 젊음을 뒤로하고 떠나간 장병들과 위험한 구조작업을 하다가 생을 마감한 한주호 준위를 바라보며 살아 생전에는 인중호걸이었고 세상 떠나서는 영웅이 되었네(生當作人杰,死當為鬼雄)”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는 것은 어쩔 없나 보다

천안함 침몰이라는 비극을 마주한 지금, 항상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백령도 앞바다에 그들을 몰아넣은 분단의 현실을 원망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하지만 먼저 떠나간 그들은 지금의 분단 현실에 눈물 흘리기보다는 오늘날 대한민국 비극의 근원인 분단을 자초한 국론 분열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에 슬퍼할 것만 같다.

구한 친일파친청파∙친러파 등으로 갈려 주도권 장악에 눈 멀어 있다가 36년 간의 일제침략을 당하질 않나, 숱한 투사들의 선혈이 뒷받침된 독립을 이루고도 남북으로, 좌∙우 갈려 다투다가 결국 허리가 잘리질 않나. 그러고도 아직 과거의 행태를 반복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슬퍼할 것이라는 말이다.

 『후한서(后漢書)』에 그러지 않았던가. 지난 과실을 반성하지 않으면 그 전철을 또 밟을 수밖에 없다(今不想前世之失,復循覆車之軌)”.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무척이나 어지럽다. 이런 시점에 불필요한 국론 분열로 스스로 그 전철을 밟을 필요가 있을까?

쉽지 않겠지만 솔직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국론을 정리하는 것이 백령도를 떠돌고 있는 안타까운 영혼들을 편히 쉬게 해주는 길일 것이다.

남송(南宋)의 문천상(文天祥)살아 생전에 국난을 구하지 못했으니, 죽어 혼령으로나마 적들을 물리칠 것이다(生不能救國難,死猶為厲鬼以擊敗)라며 마지막 기개를 떨쳤었다.

경주 앞바다에서 신라를 지킨 문무왕(文武王)처럼 먼저 떠나간 천안함 장병과 고 한준호 준위의 혼령이 백령도 부근에서 대한민국을 지키는(死猶為厲鬼以擊敗) 호국지령(護國之靈)이 되길 바라며 이청조의 「하일절구」 리메이크 버전으로 마무리할까 한다.

 

生當作人杰,살아 생전 인걸이었고,

死當為鬼雄。세상 떠나 영웅이었네.

前世之不忘,지난 과실 명심해야만,

后事之師也。반복 실수 피할 있네.

至今思魂靈,먼저 떠난 그들을 생각하니,

全民悲哀流。 국민이 비통한 눈물을 흘리네.

只愿真相白,얼른 진상 밝혀져,

魂靈安歸天。그대 편히 쉬기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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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삼성전자 부사장의 자살과 문천상, 사마천

시사 2010/02/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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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하병준] 삼성전자 부사장의 자살과 문천상 그리고 사마천



얼마 전인 1월 26일세계에 자랑할 만한 국내 넘버원 기업 삼성전자 부사장 A씨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살 사유로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업무 과중과 고속 승진 질주 속에 걸린 갑작스런 브레이크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과 작별을 했다는 것이 현재 조사 결과이다.

이 뉴스를 접하는 순간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중국의 두 선인(先人)이 있었으니 바로 남송南宋 말기의 충신 문천상文天祥과 사성史聖으로 추앙받는 사마천司馬遷이 그들이다.

문천상은 바로 원元나라 쿠빌라이칸의 공격이 막바지이던 남송 말기 재상으로 당시 남송은 방어의 핵심이던 양양성襄陽城(현 호북성湖北省 양양襄陽)이 함락당하고 도읍인 임안성臨安城(현 절강성浙江省 항주杭州)마저 함락되기 직전의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놓여있었다. 1278년 남송은 애산崖山으로 천도를 하고 문천상은 조주潮州에서 몽고군 저지작전을 펼쳤으나 포로가 되고 만다. 그리고 이듬해인 1279년 남송은 멸망하는데 문천상은 ‘과영정양過零丁洋’이라는 시를 지어 자신의 충심을 역사에 남긴다. 

辛苦遭逢起一經,(힘들게 공부하여 입신양명의 첫발 내디뎠네),
干戈寥落四周星.(전란 속에 어느덧 4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갔구나)
山河破碎風飄絮,(이 강산 오랑캐에 처참히 짓밟히니),
身世浮沉雨打萍.(내 힘을 다 쏟아 부어도 국면을 전환시킬 수가 없네)
惶恐灘頭說惶恐,(황공탄 패배가 부끄럽기 짝이 없고),
零丁洋里嘆零丁.(영정양에서 고립되어 사로잡힘을 한탄하네)
人生自古誰無死,(인간이라면 언젠가는 한 줌의 재가 되는 법),
留取丹心照汗青.(내 이 충심은 청사에 남겠지.) - 문천상(文天祥), 과영정양(過零丁洋)

가장 마지막 구절 "내 이 충심은 청사에 남으리(人生自古誰無死,留取丹心照汗青)"는 제갈량諸葛亮의 출사표出師表 중 나오는 "죽는 그 순간까지 이 한 몸 최선을 다하리(鞠躬盡瘁,死而后已)"와 더불어 충성심을 표현하기 위해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시구이다. 

고인의 부음 소식을 접하는 순간 이 시가 갑자기 머리를 스치며 지나가는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한국 대표기업 삼성전자에 입사해 입신양명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힘든 학업과 업무 부담을 이겨냈을 고인은 무한경쟁의 벼랑 끝에 서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힘들게 공부하여 입신양명의 첫발 내디뎠네.(辛苦遭逢起一經) 그 경쟁 속에서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러갔구나.(干戈寥落四周星) 하지만 이제 내가 어쩔 수 없는 과부하가 걸리니(身世浮沉雨打萍) 한탄스럽지 그지없구나?(零丁洋里嘆零丁) 어차피 한 줌의 재로 돌아갈 인생(人生自古誰無死), 내 일에 대한 열정과 가족에 대한 사랑은 기억해 줬으면 좋겠구나.(留取丹心照汗青)”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을까?

사실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어 총성 없는 전쟁이 세계 각지에서 펼쳐지면서 A 부사장 같은 굴지의 기업인 뿐만 아니라 우리 개개인 역시 생존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그 중에서 4당 5락의 과도한 학업 부담을 덜어내고 창의적이며 생산적인 교육을 지향한다는 오늘날에도 수백만 청소년들이 여전히 70년대 북한식 별보기 운동에 버금갈 정도로, 꼭두새벽부터 새벽녘까지 과도한 학업에 치이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바늘 꽃을 구멍도 없을 것 같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 제대로 된 고민과 성찰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다)’에 다름 아니다.
결국 무책임한(?) 기성세대가 요구하는 일방적 기대와 압박 속에서 청소년들은 과부하가 걸리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다가 자포자기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청소년은 물론이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성인들까지 삶의 벼랑에 몰리는 이 순간 사마천이 사기史記에 남긴 한 구절은 깊이 되새겨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人固有一死,或重于泰山,或輕于鴻毛。
(사람은 결국 세상을 뜨는 법이지만 태산처럼 크게 살다 가느냐 기러기 깃털처럼 가볍게 살다 가느냐가 문제다.)

삶을 태산처럼 사는 것은 무엇이고 기러기 털처럼 사는 것은 무엇인가?

케네디의 “국가가 내게 무엇을 해 주기를 기대하기 전에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라” 말처럼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기업에 유용한 인재가 되고 가정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이 사회의 안정과 번영에 이바지하는 그런 삶이 태산 같은 삶일까? 그렇다면 기러기 털과 같은 삶은 또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20세기까지의 태산 같은 삶은 위와 같이 국가와 사회와 가정에 모두 이익이 되고 성과를 내어 말 그대로 입신양명을 하는 그런 삶이었다. 
하지만 21세기 버전의 태산형泰山型 삶이란 한 개인이 자신의 주변 사람, 자신이 속한 조직, 그리고 국가와 쌍방향 소통을 하면서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와 조직 네트워크 속에서 의미를 찾으면서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최선을 다한 당당한 삶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人生自古誰無死,鞠躬盡瘁,死而后已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사는 법.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니)

현세에서 태산처럼 훌륭하고 커다란 인생을 살다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나신 고인이 이제는 모든 회환과 번뇌를 털어버리고 기러기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인생을 즐길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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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해하가垓下歌 그리고 우미인虞美人

문학 2009/09/14 22:50


垓下歌

力拔山兮气盖世,势不利兮骓不逝。
骓不逝兮可奈何,虞兮虞兮奈若何。

산을 뽑을만한 용력이 있고 천하 제패의 기개가 있으나
사세도 불리하고 오추까지 말을 듣지 않는구나.
오추가 말을 듣지 않으면 어찌 한단 말인가?
우희여, 우희여 내 그대를 어찌한단 말인가?


이미 제오강정题乌江停이나 선덕여왕을 다룬 포스트에 수차례 등장한 베테랑 연기자 항우项羽가 마지막 궁지에 몰려 走投无路 하늘을 보며 울부짓었다고 전해오는 바로 그 시입니다.

이미 여러 포스트에서 언급을 했었지만 항우는 유방刘邦과의 수십차례의 대전에서 한번도 패배를 경험하지 않았던 상승장군常胜将军이었다네요.
일반적으로 그는 단지 용력만 대단한 무식한 무부武夫로만 알려져왔지만 사실 그는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을 뿐(숙부인 항량项梁에게 "사내는 자기 이름만 쓸 줄 알면 되는 것이지 무슨 책입니까? 지금은 영웅이 탄생할 절호의 기회, 제가 영웅이 되어 시대를 만들겠습니다英雄造时代"라고 했습니다) 전쟁에 관해서는 완전 인간 병기, Walking Martial Arts라고나 할까요? 실전을 통해 상황에 맞게 변화하는 随机应变 실전형 병법을 무지하게 잘 활용했던 장수입니다.

과거 진秦나라의 백기白起가 조赵나라를 공격했을 때 조나라 군사 40만을 생매장 당하게 한 장평대전长平大战의 패장 조괄赵括이나 삼국연의三国演义에서 가정街亭 수비를 하면서 책 속의 병법만으로 백전노장 사마의司马懿를 상대하다 제갈량诸葛亮에게 대패를 안겨준 마속马谡처럼 책상머리에서 익힌 이론纸上谈兵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의 놀라운 전략에 이미 말씀드렸던 것처럼 장량张良, 한신韩信, 진평陈平, 번쾌樊哙 같은 모사와 장수를 거느렸던 유방도 연전연패를 거듭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러던 항우가 구리산九里山에서 장량张良이 구사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전략에 당하면서 대패, 결국 황산벌 5000 결사대를 이끌고 가며 가족들을 벤 계백처럼 우미인虞美人을 자신의 손으로 베고 오추乌骓를 뱃사공에 맡기고 결전을 벌이다 자결을 합니다.

해하가는 항우가 우미인 앞에서 부른 것이며,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우미인이 답가도 했습니다. 영웅과 절세가인의 노래 이야기 아름답습니다.


汉军已略地,四方楚歌声。

大王义气尽,贱妾何聊生。

한나라 군대가 침략해오니 사방이 초나라 노래이네요.
폐하의 기운이 다했다면 소첩이 더 살아 무엇하겠습니까?

이 포스트를 마무리하면서 송宋나라 문천상文天祥의 과영정양过零丁洋(☞ 시诗 감상은 여기를 눌러주세요)이라는 시의 한구절이 생각나네요. 그걸 살짝 바꿔서 항우와 우미인의 사랑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人生自古谁无死,留取我心照君心。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뜨게 되어 있는 법.
그저 제 마음이 그대 마음을 비추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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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XINGXING 生当作人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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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ㅇ 2010/01/08 04: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패왕이 우미인을 죽였는지, 우미인이 자살했는지, 우미인에게 자살을 강요했는지는 확실한게 아니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