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차이나의 시사읽기] 세 번 주유를 화나게 하다(三氣周瑜)

시사 2010/03/03 18:40

본 글은 제가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의 백가쟁명 코너에 게재한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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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
주유를 세 번 화나게 하다(三氣周瑜)

[싱싱차이나의 시사읽기] 주유를 세 번 화나게 하다(三氣周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간의 피겨대전 이후 국내 언론 및 네티즌들은 김연아의 압도적 우승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를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그의 재능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다 비운의 2인자로 남은 살리에르에 비유하며 김연아 등장 이전까지 천재 피겨선수로 각광을 받던 아사다 마오의 박복한 시대운을 위로하기도 한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관계를 이야기하게 되면 동양 고전 속의 유명 인사인 제갈량(諸葛亮)과 주유(周瑜)의 관계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실제 역사 속이 아닌 "삼국연의(三國演義)" 속에서이긴 하지만 제갈량 등장 이전까지 강동 최고의 재사(才士)라 불리던 주유였지만 '()이라 불린 사나이' 제갈량의 등장으로 열등감과 자괴감, 시기와 질투 속에서 병들어 가게 된다.

 첫 단추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는 공동의 적인 조조(曹操)가 있었기에 함께 전략을 논의할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欲破曹公宜用火攻萬事俱備只欠東風

조조를 이기려면 화공을 써야 하는데 모든 게 갖춰졌건만 동남풍이 빠졌구려

   승리의 핵심인 동남풍과 화살을 구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댈 때까지만 해도 좋았지만 동남풍을 제갈량이 불러오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본디 "한 하늘에 두 태양이 있을 수 없는 법(一山不容二虎)", 이후 주유와 공명(孔明)은 치열한 정보전을 전개한다. 한 쪽에서 방화벽을 치면 그것을 해킹하고 또 방화벽을 치는 현대 정보전의 오리지널 버전이라고 할까.

 결국 병가필쟁의 땅(兵家必爭之地)인 형주(荊州) 장악을 둘러싸고 주유의 찌르기를 공명이 손쉽게 방어하면서 승부의 축은 급속도로 공명에게 넘어간다. 공명에게 농락당할 대로 농락당한 주유는 적벽대전에서 당한 부상에 울화병에 시달리다 "이미 주유를 세상에 내셨거늘 어찌 또 공명을 내리셨나이까!(生瑜何生亮)"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뜬다. “既生瑜何生亮이 한 마디에 도저히 자신의 능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1인자를 바라보는 2인자의 비참한 심정이 그대로 녹아있음은 우리가 주지하는 바이다.

 올림픽 전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벼리고 벼려 날카로운 비수로 만들었고 쇼트와 프리 모두에서 실수 없이 완벽한 점프를 구사하였다. 하지만 적벽대전의 동남풍처럼 아사다에게 빠진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강심장이었고 그 강심장을 가진 이는 동남풍을 불러온 제갈량, 김연아였으니 승부의 축이 김연아에게 급속도로 기울게 된 것은 피할 수 없었다.

 欲破宜用三周半跳萬事俱備只欠鐵膽

연아를 이기려면 트리플 악셀을 해야 하네. 다 준비가 됐건만 담력이 부족하구나

 강한 담력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다시 없을 기쁨을 선사한 김연아는 앞서 207, 210점이라는 2단 콤보를 성공 한데 이어 마지막으로 228점이라는 결정타를 날리면서 아사다 마오를 회복하기 힘든 열등감에 빠뜨렸다. 지금 마오는 국내 네티즌이나 언론 미디어가 말하는 것처럼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바라보는 심정을 느낄 것이고 주유가 제갈량으로부터 느낀 패배감, 좌절감에 빠져 있을 것이다.

 何生

이미 마오를 낳으셨는데 어찌 또 연아를 태어나게 하셨나이까?

 과연 마지막 228점 카운터 공격에 아사다 마오가 주유처럼 급속 내리막을 걸을지, 3단 공격으로 확실한 수준 차를 보여준 김연아가 제갈량처럼 승승장구의 길을 계속 걸을지 곧 다가올 세계선수권 대회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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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시앙라이 2010/03/04 1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잼나게 보고 갑니다~~ㅋㅋ중국당에 활발한 활동 멋지세요~

  2. BlogIcon 깊은나무 2010/03/09 0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블로그 재밌네요^^ 알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라이투미 멘션 주고 받았던 @somupa 입니다^^)

[시사] 삼성전자 부사장의 자살과 문천상, 사마천

시사 2010/02/01 16:59
본 글은 제가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의 백가쟁명 코너에 게재한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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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하병준] 삼성전자 부사장의 자살과 문천상 그리고 사마천



얼마 전인 1월 26일세계에 자랑할 만한 국내 넘버원 기업 삼성전자 부사장 A씨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살 사유로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업무 과중과 고속 승진 질주 속에 걸린 갑작스런 브레이크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과 작별을 했다는 것이 현재 조사 결과이다.

이 뉴스를 접하는 순간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중국의 두 선인(先人)이 있었으니 바로 남송南宋 말기의 충신 문천상文天祥과 사성史聖으로 추앙받는 사마천司馬遷이 그들이다.

문천상은 바로 원元나라 쿠빌라이칸의 공격이 막바지이던 남송 말기 재상으로 당시 남송은 방어의 핵심이던 양양성襄陽城(현 호북성湖北省 양양襄陽)이 함락당하고 도읍인 임안성臨安城(현 절강성浙江省 항주杭州)마저 함락되기 직전의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놓여있었다. 1278년 남송은 애산崖山으로 천도를 하고 문천상은 조주潮州에서 몽고군 저지작전을 펼쳤으나 포로가 되고 만다. 그리고 이듬해인 1279년 남송은 멸망하는데 문천상은 ‘과영정양過零丁洋’이라는 시를 지어 자신의 충심을 역사에 남긴다. 

辛苦遭逢起一經,(힘들게 공부하여 입신양명의 첫발 내디뎠네),
干戈寥落四周星.(전란 속에 어느덧 4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갔구나)
山河破碎風飄絮,(이 강산 오랑캐에 처참히 짓밟히니),
身世浮沉雨打萍.(내 힘을 다 쏟아 부어도 국면을 전환시킬 수가 없네)
惶恐灘頭說惶恐,(황공탄 패배가 부끄럽기 짝이 없고),
零丁洋里嘆零丁.(영정양에서 고립되어 사로잡힘을 한탄하네)
人生自古誰無死,(인간이라면 언젠가는 한 줌의 재가 되는 법),
留取丹心照汗青.(내 이 충심은 청사에 남겠지.) - 문천상(文天祥), 과영정양(過零丁洋)

가장 마지막 구절 "내 이 충심은 청사에 남으리(人生自古誰無死,留取丹心照汗青)"는 제갈량諸葛亮의 출사표出師表 중 나오는 "죽는 그 순간까지 이 한 몸 최선을 다하리(鞠躬盡瘁,死而后已)"와 더불어 충성심을 표현하기 위해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시구이다. 

고인의 부음 소식을 접하는 순간 이 시가 갑자기 머리를 스치며 지나가는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한국 대표기업 삼성전자에 입사해 입신양명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힘든 학업과 업무 부담을 이겨냈을 고인은 무한경쟁의 벼랑 끝에 서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힘들게 공부하여 입신양명의 첫발 내디뎠네.(辛苦遭逢起一經) 그 경쟁 속에서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러갔구나.(干戈寥落四周星) 하지만 이제 내가 어쩔 수 없는 과부하가 걸리니(身世浮沉雨打萍) 한탄스럽지 그지없구나?(零丁洋里嘆零丁) 어차피 한 줌의 재로 돌아갈 인생(人生自古誰無死), 내 일에 대한 열정과 가족에 대한 사랑은 기억해 줬으면 좋겠구나.(留取丹心照汗青)”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을까?

사실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어 총성 없는 전쟁이 세계 각지에서 펼쳐지면서 A 부사장 같은 굴지의 기업인 뿐만 아니라 우리 개개인 역시 생존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그 중에서 4당 5락의 과도한 학업 부담을 덜어내고 창의적이며 생산적인 교육을 지향한다는 오늘날에도 수백만 청소년들이 여전히 70년대 북한식 별보기 운동에 버금갈 정도로, 꼭두새벽부터 새벽녘까지 과도한 학업에 치이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바늘 꽃을 구멍도 없을 것 같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 제대로 된 고민과 성찰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다)’에 다름 아니다.
결국 무책임한(?) 기성세대가 요구하는 일방적 기대와 압박 속에서 청소년들은 과부하가 걸리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다가 자포자기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청소년은 물론이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성인들까지 삶의 벼랑에 몰리는 이 순간 사마천이 사기史記에 남긴 한 구절은 깊이 되새겨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人固有一死,或重于泰山,或輕于鴻毛。
(사람은 결국 세상을 뜨는 법이지만 태산처럼 크게 살다 가느냐 기러기 깃털처럼 가볍게 살다 가느냐가 문제다.)

삶을 태산처럼 사는 것은 무엇이고 기러기 털처럼 사는 것은 무엇인가?

케네디의 “국가가 내게 무엇을 해 주기를 기대하기 전에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라” 말처럼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기업에 유용한 인재가 되고 가정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이 사회의 안정과 번영에 이바지하는 그런 삶이 태산 같은 삶일까? 그렇다면 기러기 털과 같은 삶은 또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20세기까지의 태산 같은 삶은 위와 같이 국가와 사회와 가정에 모두 이익이 되고 성과를 내어 말 그대로 입신양명을 하는 그런 삶이었다. 
하지만 21세기 버전의 태산형泰山型 삶이란 한 개인이 자신의 주변 사람, 자신이 속한 조직, 그리고 국가와 쌍방향 소통을 하면서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와 조직 네트워크 속에서 의미를 찾으면서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최선을 다한 당당한 삶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人生自古誰無死,鞠躬盡瘁,死而后已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사는 법.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니)

현세에서 태산처럼 훌륭하고 커다란 인생을 살다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나신 고인이 이제는 모든 회환과 번뇌를 털어버리고 기러기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인생을 즐길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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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XINGXING 生当作人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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