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6 16:32
百家爭鳴/一飛衝天
하지만 지금은 통섭의 의미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연결에만 국한되지 않고 “학문 섭렵에 편식이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특히 예술과 경영, 예술과 IT를 접목한 애플의 아이폰이 개리 해멀 교수가 제시한 업계구조혁신을 현실화시키면서 통섭의 지혜는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삼국연의』 속에도 통섭의 인재들이 등장한다.
“꼼짝하지 않고 천하의 변화를 꿰뚫어 본다.(足不出戶,能知天下事)”던 제갈량(諸葛亮)과 “난세에는 간웅이요, 치세에는 능신이다.(治世之能臣,亂世之奸雄)” 이라던 조조가 그 주인공들이다.
칠실삼허(七實三虛)의 픽션인 『삼국연의』는 물론이고 정사(正史)인 『삼국지(三國志)』에서도 증명되었듯이 삼국시대 최고의 팔방미인형 지도자이자 CEO인 조조는 명실상부한 통섭형 인재였다. 특히 인문분야에서 보여준 그의 통섭 능력은 삼국시대 여러 인물들 가운데 단연 최고였다.
중앙 정계에서 핵심 엘리트 인재로 활동한 만큼 유가(儒家)적 베이스를 갖추고 있었고 영웅호걸이 난무하던 당대에 그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의 병가(兵家)까지. 그가 남긴 『손자주(孫子注』는 『손자병법(孫子兵法)』 연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매우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해설서이다.
법가(法家)에도 정통했던 그는 국정 운영 시스템을 선진화하여 유비와 손권을 압도하는 국력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구현령(求賢令)」과 「단가행(短歌行)」을 보면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으로 현실상황에 적합한 인적자원 활용의 묘를 발휘하는 조조를 만날 수 있다.
흠이 있어도 능력만 있으면 인재를 등용한다.
明揚仄陋,唯才是舉,
산은 한 주먹 흙을 마다하지 않고 더 높아지고자 하고 물은 한 줄기 물을 배척 않고 더 깊어지려고 하는 법. 주공(周公)이 인재가 찾아오자 먹던 밥을 세 번이나 뱉어내고 맨 발로 뛰어나가 모셔 천하를 안정시켰듯이 나 역시 그러고 싶구나.
山不厭高,水不厭深。周公吐哺,天下歸心。
그가 이처럼 통섭형 인재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자구(字句) 해석 및 경전 연구를 통해 중앙 정계에 진출하는 당시 세태에 역행해 자신 만의 통섭 학습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가 형주(荊州)의 양양(襄陽)의 재야에서 밭 갈며 독학의 재미에 빠져 있을 때 주변에는 최주평(崔州平), 석광원(石廣元), 맹공위(孟公威), 서서(徐庶) 등 인재들이 고등 고시 준비에 한창이었다. 고시 합격에 필요한 유교 경전을 열심히 공부하던 친구들은 병가, 법가, 종횡가(縱橫家) 등 불온서적에만 집중하는 제갈량이 걱정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자네 왜 자꾸 불온서적에 눈을 돌리나? 자네 정도면 고등고시에서 상위권 합격도 가능한데 전공과목은 이리 대충 보고 말일세.”라고 질책 아닌 질책을 했다. 그러자 제갈량은 “허허, 요즘 같은 난세에 고시 공부에 매달리자니 불안해서 말일세. 게다가 유교 경전은 그 큰 뜻을 살피면 될 터인데 굳이 그리 자세히 볼 필요가 있겠나? 시대 흐름에 맞춰 공부 해야지 이 사람들아. 내 롤모델이 관중(管仲)과 악의(樂毅)아닌가? 불온서적 같아도 더 큰 가르침들이 그 속에 있으이.”라며 벗들에게 충고를 했다. 이 이야기는 당시 상황에서 그가 얼마나 오픈 마인드로 통섭의 학습을 했는지 알려준다.
그의 이런 학습 자세는 도연명(陶淵明)의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에 나오는 자세와 매우 흡사하다.
“바른 독서법이란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는 법이다. 그저 여러 번 읽다가 얻게 되는 깨달음에 너무 기뻐하다 보면 허기도 잊게 될지니."
好讀書,不求甚解。每有會意,欣然忘食
이렇게 큰 뜻을 품은 통섭형 올 라운드 플레이어인 제갈량은 가장 허약하던 유비를 조조와 손권에 버금가도록 만들었다.
조조와 제갈량은 자신들이 가진 스페셜리스트에 가까운 지식(조조: 병가, 제갈량: 법가)을 중심으로 다방면에 걸친 정보를 잘 융합해 최선의 결과물을 도출했기 때문에 삼국시대 영웅들 가운데서도 유독 그 빛을 발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상당히 폐쇄적인 우리나라도 각계 각층에서 통섭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고등교육열이 반드시 통섭과 연결되지는 않지만 투자 대비 성과가 썩 신통치 않다.
또한 기업체에 조조와 같은 통섭형 CEO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통섭형 직원이 제갈량처럼 활약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어야 하는데 과연 우리나라에 그런 기업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지 자문(自問)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추세를 타파할 수 있는 기업과 학계의 협력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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