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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1 [시사] 손자병법과 미·중 파워대결
2010/02/01 20:15 百家爭鳴/一飛衝天
본 글은 제가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의 백가쟁명 코너에 게재한 문장입니다.
앞으로 본 사이트 및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백가쟁명 코너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XINGXING-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해당 글 보기 ☞
[백가쟁명:하병준] 손자병법과 미·중 파워대결

현재 국제정치 및 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당장의 핵심 키워드는 아이티 사태, 서브프라임으로 야기된 금융위기, 포스트 교토의정서, 환경문제 공동대응, 아바타의 흥행이 가져온 가상현실 시대, 스마트 그리드, 애플의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경제 등 여러가지가 손꼽힐 것이나 이것은 어느 일정 시기의 특정 현상을 가리키는 것일 뿐 21세기 정치, 경제를 조망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가 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로버트 졸릭(Robert Zoelick) 세계은행 총재가 처음 언급하였으며, 인류 역사를 통틀어 봤을 때 지난 2000년 동안 글로벌 정치, 경제의 절대강자였던 중국과 그 2000년의 시간을 100여년 만에 압축해 내고 현재 글로벌 정치, 경제, 문화, 과학기술의 헤게모니를 움켜쥐고 있는 미국을 의미하는 "G2"야말로 21세기를 "一言以蔽之(한마디로 요약하다)《論語-為政》"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봉건왕조 시대의 절대강자 중국이 끝모를 추락을 경험하는 동안 1865년 남북전쟁 종결과 동시에 국가 통합을 이루며 제국 팽창주의 노선을 달려온 미국은 150여 년이 지난 지금 국제 패권을 두고 화산논검(華山論劍, 중국의 무협작가 김용金庸의 사조영웅전射雕英雄傳에 나오는 천하제일무술대회)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양 측의 전력이 너무나 팽팽하고 앞으로도 브레이크 없는 성장이 예상되기에 쉽게 그 승부를 속단하기는 힘들다.

이런 양국 간의 경쟁을 역사상 가장 뛰어난 병서(兵書)라 칭해지는 손자병법을 통해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미국으로서는 자신들의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중국의 도전을 받게 된게 아닌가 한다. 비록 1800년대 초반 유럽의 패자였던 나폴레옹이 당시 강건시대(康乾時代, 강희제·옹정제·건륭제를 대표하는 청나라 최전성기)를 끝내고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걷던 중국에 대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지 말라. 그들이 깨어나 포효하면 세계는 그들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평했었지만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전세계를 덮친 공산-사회주의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그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며 대약진운동-문화대혁명의 고통을 겪은 중국이 자신들의 목덜미에 서슬퍼른 비수를 들이밀게 될 것이라고 과연 누가 예상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 미국으로서는 오뚝이라 불린 불도옹(不倒翁) 등소평(鄧小平)을 모택동(毛澤東)이나 사인방(四人幫)이 살려둔 것이 지금에서는 못내 아쉬울 지, 아니 천추의 한이 될지도 모를 지경이다.
20세기 80년대 말부터 중국에 대한 경계수위를 한단계씩 올리다가 중국위협론 제기를 통해 미국의 신경질적 반응은 최고조에 이르게 되는데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지극히 손자병법(孫子兵法)스럽다.

왜 "손자병법"스럽다는 표현을 쓰면서까지 중국의 태도를 평가하는가?
중국 근대화의 아버지이자 구국(?)의 영웅 등소평 전주석이 임종시 강택민(江澤民) 전 주석에게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노선을 철저히 따를 것을 당부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절대적으로 자신의 장점을 감추고 힘을 길러라"는 도광양회는 이미 삼국연의(三國演義) 속 유비(劉備)와 조조(曹操)가 매실주를 마시며 영웅을 논했다는 매주론영웅(梅酒論英雄)에서 자신의 야심을 철저히 감춘 유비가 잘 보여준 바 있다.
이 도광양회는 그보다 700~800여년 전에 완성된 손자병법의 계편(計篇) 및 모공편(謀攻篇)에서 그 정수(精髓)를 확인할 수 있다.

利而誘之,亂而取之,實而備之,強而避之,怒而撓之,卑而驕之,逸而勞之,親而離之。《計篇》
(이익으로 (상대를) 꾀고 혼란을 주어 승리를 취하며 상대가 충분한 실력이 있으면 준비를 하고 강하면 피하고 분노하게 하여 혼란을 주고 자신을 낮추어 상대를 교만하게 하고 여유를 취하며 상대를 피곤하게 하고 상대의 친한 우군을 이간질하라)

其用兵之法,十則圍之,五則攻之,倍則分之,敵則能戰之,少則逃之,不若則避之。《謀攻篇》
(전술에 있어 상대의 10배이면 포위하고 5배 병력이면 공격하며 2배이면 병력을 나누어 공격하며 비슷하면 전투를 하게 되면 피하지는 말 것이며 적으면 도망갈 것이요 상대가 되지 않으면 아예 맞붙지를 말라)

이 두 구문을 보면 등소평 이후 중국의 대외전략인 도광양회의 정수(精髓)와 후진타오 현 주석이 2006년 4월 20일 백악관 방문시 부시 전 미국대통령에게 손자병법을 선물한 이유가 보인다.

등소평 이후 중국은 대외 경제개방 정책을 취하면서 온갖 세제혜택 등을 제공하며 다국적 기업을 중국에 끌어들였고(利而誘之), 이라크 및 아프칸에서의 대 테러전에 대한 강력한 비판으로 미·영 연합진영에 혼란을 주도하며 현재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경제 헤게모니를 주도하고 있고(亂而取之) 경제 위기 이후 1999년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대사관 피폭 사건에도 저자세로 일관하며(卑而驕之)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 끝에(實而備之) 현재 국제 기축통화 교체의 목소리까지 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더군다나 웹 생태계의 절대강자 구글을 사전 정보 필터링을 통해 분노하게 하여 판단력을 상실하게 하더니(怒而撓之) 결국 중국시장 철수라는 악수(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다소 성급해 보이며 절대적 주도권이 국가 브랜드인 중국에 있는지 기업 브랜드인 구글에 있는지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단 검색 뿐 아니라 모바일 및 클라우딩 컴퓨팅 분야에서 최대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 검색시장 철수는 악수임은 분명해 보인다)를 두게 만들기까지 했다.

지금 중국이 국제 정·경제 무대에서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점을 보면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의 검객(劍客)라는 시가 떠오른다.

十年磨一劍,霜刃未曾試。
(십년 동안 검을 연마하였으되 아직 그 실력 발휘할 길이 없었구나)

今日把示君,誰為不平事?
(오늘에야 그대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으니, 불의를 자행하는 자 누구인가?)


이 시의 내용은 1999년 유고슬라비아 중국 대사관 사건이 있은지 10년째 되는 2009년부터 중국의 목소리가 유달리 커진 것과 그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불의(?)를 응징하기 위해 10년 동안 처절히 익힌 2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 및 군사력, 자원외교력의 정수가 담긴 검술을 미국의 급소에 들이밀며 시전하는 중국과 오버랩되는 것은 유독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후진타오 주석이 손자병법을 미국 전임 대통령인 부시에게 전해준 것에 대해 당시 많은 분석가들이 모공편에 나오는 "是故百戰百勝,非善之善也;不戰而屈人之兵,善之善者也(백전백승이 최고가 아니다. 싸우지 아니하고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경지이다)"라는 말을 예로 들며 미국에게 중국의 자신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그렇다. 아마 중국은 이미 20세기 말 거듭된 금리 인하로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미국이 국제 정치·경제 부문에서의 "不戰而屈人之兵"은 불가능해졌으니 1조 달러가 넘는 엄청난 외환보유고(2006년 당시)를 바탕으로 한 자신들만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동안 세계 경제를 뒷받침했던 미국의 엄청난 소비력도 중국과 EU에 밀리기 시작하고 있고 앞으로는 중국과 인도·한국·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블록 및 EU 경제권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이기에 미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레퍼토리는 문화 산업 및 하이테크 산업에서의 헤게모니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해볼 수 있다.(물론 아직 그 누구의 추격도 불허하는 막강한 군사력은 차치하고)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지역 헤게모니를 넘겨받을 수 있는 그 기저(基底)에는 문화 종주국(?)이라는 프리미엄이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동아시아에서 지난 2000년 동안 중국이 가졌던 문화 컨텐츠 태풍에서 안전했던 지역은 태풍의 눈인 중국과 또다른 동급 태풍을 보유한 싸이클론 인도 정도이고 아시아 전체를 보더라도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일부국가의 모래폭풍과 툰드라를 바탕으로 차이나발 태풍을 얼려버린 러시아의 강추위 정도일뿐 그 엄청난 저력이 현재 중국의 급부상에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이런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20세기 문화·하이테크 산업에서의 엄청난 전파력은 과거 중국의 문화전파력에 버금, 아니 능가하는 수준이다.

이미 말했듯이 미국이 그동안 가졌던 막강한 소비파워, 엄청난 제조업 파워, 2차대전 이후 금본위제가 무너지며 움켜지게 된 달러를 중심으로 한 경제 파워는 이미 중국이 상당부분 보유하게 되어 더 이상 절대 우위 요인(물론 기축통화 파워는 아직 대체되지 않았지만 그 신뢰도는 이미 상당부분 퇴색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이 아니다. 따라서 이제 남은게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헐리웃과 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 및 기업문화 등 문화산업에서의 우위와 항공우주 및 군사기술, 의료기술을 바탕으로 한 첨단 의료·IT 기술 부문에서의 우위인데 형태가 없지만 그 파워는 엄청난 무형의 소프트파워를 중국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정치·경제에서는 조만간 미국에 버금가던지 싸워볼 만한(倍則分之,敵則能戰之) 수준에 이를 것이지만 소프트파워 분야에서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여 년간 중국이 가졌던 문화 컨텐츠를 능가하는 양을 단시간에 보유하게 된 미국을 전면 포위하거나 일방적 공격을 위한(十則圍之,五則攻之)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중국은 통신·교통이 원할하지 않던 봉건시대의 패권국인 반면 미국은 통신·교통이 원할한 현대시대의 절대 패권국이기 때문에 양국간 승패를 좌우할 정보전 등에 대한 노하우는 미국이 더 많이 축적되어 있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웹 정보의 90% 이상이 영어인 것은 엄청난 프리미엄이 될 것이다. 웹상에서 만큼은 중국이 포위된 것은 분명하다(十則圍之)는 것이다.

비록 손자가 자신의 병서에서 "상대가 충분한 실력이 있으면 그에 걸맞는 준비를 해라. 그래도 강하다 생각되면 무조건 피해라(實而備之,強而避之)"라며 준비 또 준비해서 상대할 것을 강조했지만 모공편에 "兵貴勝,不貴久。故兵聞拙速,未睹巧之久也。夫兵久而國利者,未之有也。(전쟁에서 승리의 요체는 지구전에 있지 않다. 전쟁에서 속전속결이 중요하지 아직 지구전으로 승리한 경우는 없다. 지구전이 좋다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했다)"라며 결국은 속전속결을 당부하고 있는데 이는 일부 핵심 사건들에 대해 "이제 참을 만큼 참았으니 우리 실력을 보여야 한다(今日把示君)"는 중국 국민들의 자신감과 조급함에서 속전속결의 욕구가 터져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든 중국이든 속전속결을 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쌍둥이 적자 및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 하락, 중산층 붕괴가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중국은 정부 주도의 고속성장 이면의 폐해 적체, 최소 6억 이상의 저소득층의 불만, 미국의 인종문제보다 심각한 민족융합문제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전을 통해 자체 모순 조정을 통한 파워게임을 진행해야 하는데 과연 어떤 식으로 조정해 나갈지 전세계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한가지 주목되는 점은 미국이 어느새 중국에 卑而驕之(자신을 낮춰 상대를 교만하게 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얼마전 힐러리 국무장관이 중국에 방문에서 보인 저자세, 미국계 다국적 기업의 중국 정부 요구안 일방적 수용,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위협론 비판 등등에서 그런 모습을 조금씩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쉽지 않았던 모습이다. 물론 매파 정권이던 부시정부가 아닌 온건파의 민주당 대통령 오바마 정부에서 보여주는 순수한 평화협력의 메세지로만 볼 수도 있겠지만 과연 1인 천하에 익숙한 우리가 한 하늘에 두 태양을 둘 수 있을까? 중국인들도 자주 말하지 않던가? 산중의 왕인 호랑이는 한마리만 있을 뿐(一山不容二虎)이라고.
미국 역시 오랜 기간 패권을 유지하면 이미 단맛을 충분히 봤기에 그 유혹을 이기기 쉽지 않고 정상에서 내려오면 영국처럼 뒷방살이를 해야한다는 것도 이미 두눈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평화적인 협력을 위해 중국에 무조건으로 몸을 낮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미국이 후진타오 주석이 선물해준 손자병법을 연구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자신을 낮춰 상대를 교만하게 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홍루몽을 보면 왕희봉(王熙鳳)을 가리키는 말 중에 "機關算盡太聰明,凡算了卿卿性命"이라는 표현이 있다. "너무 술수를 부리다 결국 자신이 당한다"는 말인데 중국이 그동안 미국을 상대로 너무 술수를 부리다 자신들이 당하는 것은 아닌지하는 점도 현재 두 고수 간의 싸움의 중요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미국도 여태껏 알게모르게 당하기만 하다가 김용의 천룡팔부(天龍八部) 속 모용(慕容) 일가가 구사하는 "상대의 술수로 상대를 공격한다(以彼之道,還施彼身)" 무술로 중국에 반격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넘겨 짚어볼 수 있는 상황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중국 성어 중의 면리장침(綿里藏針, 부드러움 솜 속에 바늘이 숨어있다)의 상황을 미국이 만들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온갖 전략이 난무하는 G2 시대에 미·중 사이에 끼인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긴말을 하기보다는 중국 남북조 시대의 북제(北齊) 두필(杜弼)이 쓴 격양문(檄梁文) 속의 한 구절로 대신하며 두서 없는 본 글을 마무리 할까 한다.


城門失火,殃及池魚。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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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XINGXING 生当作人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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