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차이나의 시사읽기] 아이티와 三人成虎

시사 2010/02/08 12:00
전국시대(戰國時代) 위혜왕(魏惠王) 때 위의 태자가 조(趙)나라에 인질로 가게 되었는데 그 수행원으로 대신(大臣)이던 방총(龐蔥)이 가게 되었다. 방총은 떠나기에 앞서 정적(政敵)들이 자신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중상모략을 할 것을 염려하여 혜왕에게 걱정의 당부를 하게 된다. "주군, 만약 지금 제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돌아다닌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혜왕은 웃으며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요? 내 어찌 그런 황당한 말을 믿겠소"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방총은 "그럼 또 한 대신이 들어와 지금 정말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있더라고 하면 어떠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혜왕은 자세를 고치면서 "어허, 그럴 리가 없다니까. 그래도 한번 확인차 사람을 보내보겠소"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방총이 "또 한 대신이 들어와 호랑이가 저잣거리를 활보한다고 간곡히 전해올리면 어떠실것 같습니까?"라고 하자 혜왕은 웃음기 싹 가신 얼굴로 "당장 군사를 보내 호랑이를 처치할 것이오"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자 방총은 "주군, 주군께서는 세 대신이 있지도 않은 호랑이가 저잣거리에 있다고 하자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시어 조치를 취하셨사옵니다. 제가 태자를 모시고 조나라로 떠나고 나면 제 뒷말을 하는 이들이 세사람에 그치지 않을 것이옵니다. 제 이 충심 주군께서 잘 아시리라 사료되오지만 심히 걱정되옵니다."라고 말하자 혜왕은 방총의 의중을 읽고 웃으며 "걱정마시오. 내 그대의 충심 누구보다 잘 아오. 경이 하려는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잘 알았으니 걱정마시오." 답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위나라 조정에서는 방총의 정적들이 온갖 중상모략을 하였고 처음에는 꾿꾿하던 위혜왕도 결국 방총의 충심을 의심하게 되어 방총은 위나라로 돌아와서 조정에서 쫓겨나 여생을 마쳤다. 이 이야기는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데 여기서 파생된 고사성어가 바로 "세 사람이 있으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이다.

지난 1월 28일 MBC <뉴스데스크> '현장출동' 코너에서는 아이티 구조지원 관련 주도미니카 대사관의 파렴치한 행위에 대하여 '특종(?)' 보도하였다. 강성주 주도미니카 대사의 발언및 구조대원들에 대한 허술한 지원 등을 두고 인터넷의 각 게시판과 공개 토론장은 금새 성토의 글로 넘쳐났고 이를 보도한 MBC에 격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해당 구조대원 및 외통부 직원의 해명글과 관련 증거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MBC의 왜곡보도가 그대로 드러나게 되었고 MBC는 대국민 사과방송을 내보내게 되었다.

현재 MBC 해당기자와 방총의 정적들은 분명한 사실(fact)를 국민들과 위혜왕에게 들이밀었다. 물론 해당 사실(fact)는 실제 있었던 사실 자체를 발언자의 입맛에 맞게 적절히 재구성한 "진실"이 아닌 사실(fact)였을 뿐이다. 방총의 정적들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람 심리를 이용했고 해당 기자는 없는 호랑이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가진 무기인 방송을 이용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강성주 주 도미니카 대사는 구호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했던 발언이었고 구조대를 위해 대사관 직원들이 생고생을 했던 것이었지만 뭐가 뒤틀렸는지는 몰라도 해당 기자는 절묘한 왜곡의 편집 바느질을 시전했다. "소인의 마음으로 군자를 헤아린다(以小人之心度君子之腹)"고 좌전(左傳)에서 그랬던가.

당태종(唐太宗) 이세민(李世民)이 위징(魏征)과 대화하면서 <순자(荀子)·애공(哀公)>편에 나오는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水能載舟,亦能覆舟)"라는 말로 백성들의 무서움, 중요성을 이야기하였다. 미디어의 파워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뜻과 조금 어긋나는 사실에 대해 마치 진실인 양 호도하면서 펜대와 컴퓨터 자판을 놀릴 경우 되려 그 파워에 자신이 휩쓸려 나갈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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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보 백보

시사 2010/02/02 17:54
본 글은 제가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의 백가쟁명 코너에 게재한 문장입니다.
앞으로 본 사이트 및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백가쟁명 코너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XINGXING-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해당 글 보기 ☞
[백가쟁명:하병준] 오십보백보

맹자孟子와 양혜왕梁惠王과의 대화 중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오십보소백보(五十步笑百步) 이야기가 있다.
전쟁 중에 오십보 도망간 병사가 백보 도망간 병사의 비겁함을 비웃는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요즘 국제 자동차 시장에서 "Over the Top" 도요타(Toyota)가 처한 상황이 "오십보소백보"인 것 같아서이다.
리먼 사태를 시작으로 유발된 금융위기의 폭풍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눈물을 머금고 글로벌 Top 브랜드의 왕좌를 도요타가 GM에게 넘겨받은 것은 불과 재작년(2008년 하순). 이제 겨우 1년 반 남짓한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당시 방만한 경영과 품질에 신경을 전혀 쓰지 못한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빅3를 비웃던 도요타가 이제는 되려 같은 꼴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않을 수 없다.
물론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가 처음 있는 일이고 그동안 "가이젠(改善)"과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JIT시스템(Just-In-Time, 적기생산시스템)"으로 대표되는 도요타식 경영모델로 끝모를데 없는 성장을 거듭해 왔기에 오랜 시간 문제가 적체되어 막판에 고름이 터진 빅3와 다르게 봐야한다고 할 수 있지만 최전성기의 제국이 몰락하는 것은 항상 사소한 방심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결코 단순히 볼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예기(禮記)의 경해(經解)편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 있다.

差之毫厘,謬以千里。(차지호리, 류이천리) 
천리 둑도 조그마한 개미 구멍 하나에 무너진다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는 이미 작년 8월 경부터 유럽 및 미주지역 생산 차량에서 브레이크 결함이 발견되었으나 시장 확대 정책에 의해 사소한 개별 문제로 치부되며 무시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 1월 들어 미주 지역을 시작으로 고급차종인 캠리를 비롯 각종 차량에서 대규모 리콜사태가 벌어지면서 뒤늦게 수습에 나서게 되었다. 개미구멍이 커지면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수습하기 힘들어지기 시작하는 형국이다.

얼마전 모 방송에서 두산 박용성 회장을 인터뷰했을 때 그가 했던 말은 리더라면 한번 깊이 음미하고 명심해야 하는 경구警句가 아닌가 한다.

"자신이 리더(여기서는 선두업체라고 의역하고 보도록 하자)가 되면 아래(후발업체로 의역하자)에 있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절대 전철을 밟지 않을 것 같죠? 일단 한번 해보세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막상 리더(선두업체)가 되면 시스템이 딱 방심하게 좋게 되어 있어요"(인터뷰 내용이 토씨 하나 안 틀린 건 아니지만 핵심 내용은 이랬다)

그래서 중국 선인들도 시경(詩經), 진서(晉書), 순자(荀子), 전국책(戰國策) 등 여러 책에서 후세인들에게 당부의 글을 남기지 않았던가?

殷鑒不遠,在夏后之世。《詩經·大雅》은감불원, 재하후지세  
은나라 사람이라면 하나라 멸망의 교훈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前車之覆,后車之鑒。《荀子》·《晉書》전차지복, 후차지감  
앞 수레가 남기 바퀴자국이 뒷 수레에게 길이 될 것이다.
前事不忘,后事之師。《戰國策》전사불망, 후사지사 
앞선 일이 남긴 교훈을 잊지 않아야 실수를 하지 않는다.

불과 1년 전 빅3가 남긴 교훈을 도요타가 과연 그대로 반복하면서 나폴레옹의 100일 천하처럼 왕좌에서 물러날 것인지?

빅3를 비롯한 2위권 업체와 도요타와의 자동차 대전 2라운드의 막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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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삼한통일과 2인자의 길. 유신랑 사나이가 가는 길(선덕여왕 33화 中)

MBC 선덕여왕 2009/09/17 00:59
새벽에 33편 상편을 포스팅하면서 피곤해서 그냥 잤는데 뭔가 끝내지 못한 느낌이라 너무 찜찜해서 33화 下를 쓰려고 했으나 필을 받았는지 너무 양이 많아져서 부득이하게 3부작으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럼 33편 中편 이야기 들어갑니다.

덕만이 문노와 리더쉽 논쟁을 하던 그때 유신은 서현공과 만명부인에게 앞으로 가문이 나아가고 신라가 나아갈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두번째 비제 답안의 진의도 알고 있었다는 유신의 말에 “그럼 왜 대답하지 않았느냐?”며 궁금해하는 서현공과 만명부인. 유신은 “알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공자님 말씀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知之为知之,不知为不知,是知也。《论语•为政》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이 앎이다.

하지만 유신은 “아는 것을 안다 할 수 없다”하네요. 떽!!! 공자님 말씀을 거역하다니!!! ㅋㅋㅋ
물론 아는 것을 다 안다 입 밖으로 내뱉기 시작하면 오히려 그것이 화를 불러오는 법이죠.

회남자淮南子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目妄视则淫,耳妄听则惑,口妄言则乱。《淮南子》
함부로 눈을 돌리면 음란해지고
아무거나 주워듣다 보면 혹하고
입을 함부로 놀리면 어지러워진다.



이미 우리가 잘아는 삼국연의三国演义에 그 대표적 인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계륵鸡肋의 주인공 양수杨修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자칭 타칭 천재라 불리던 조조曹操를 처절한 지적 좌절감에 빠뜨린 주인공이죠. 마치 이연희를 보고 좌절감을 맛봤다고 했던 최강희 씨처럼 말이죠.ㅋㅋㅋ
(오른쪽 사진: 이연희씨 사진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강희씨 사진은 최강희씨 cyworld가 출처입니다)

양수는 자신이 아는 걸 안다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유가의 절대지존 공자님 말씀을 어기지 않는 것이니까요. (물론 주부主傅라는 한직에 머물러 능력을 펴보지 못하는데 대한 좌절감도 어느정도 작용했겠죠?^^)
하지만 양수는 공자님께서 다음과 같은 말씀도 하신 것을 깜빡했나 보네요.

学而时习之,不亦悦乎?有朋自远方来,不亦乐乎?人不知而不愠,不亦君子乎?
배운 걸 복습하니 어찌 즐겁지 아니하리?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리?
사람들이 날 몰라도 화도 나지 않으니 어찌 군자가 아니리?
《论语·学而》

논어 곳곳은 모순의 연속이라는 느낌을 저 나름대로는 좀 받게 됩니다. 이래라 했다 저래라 했다. 마치 나중에 누군가가 왜 그렇게 이야기했냐고 하면 사실 나는 이런 말도 했었다고 들이밀 증거를 마련하는 것처럼. 좀 부적절한 비유기는 하지만 "영리한 토끼는 탈출구를 3개는 기본으로 파 놓는다"狡兔三窟라는 말이 문득 떠오르네요. 제가 좀 오버해서 생각한 거겠죠?^^

不患无位,患所以立。不患莫己知,求为可知也。《论语·里仁》
백수라 걱정말고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실력을 닦지 못함을 걱정하라.
 내 실력 몰라준다 걱정말고 진정한 실력으로 사람들의 인정을 구하라.


"몰라도 화나지 않으니 어찌 군자가 아니리" 했다가 "사람들의 인정을 구하라 했다가" 여간 심지가 굳지 못하면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릴 공산이 클 듯.

제가 견문이 짧아서孤陋寡闻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지만 공자님께서 당시 각국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평생을 떠돌다보니 감정기복이 심하셨던 것이 아닌가 싶네요. 오늘은 "그래 까짓거 너네가 나 안뽑지? 오케이! 나도 싫다 이거야!"했다가 내일은 "나 졸라 많이 알고 주나라 시대 예법에 빠삭하단 말이야! 좀 부탁한다!!"라든가 "이제 고마 해라! 마이 내쳤다 아이가! 좀 뽑아도~" 뭐 그런거죠. 공자가 4대 성인이라 추앙받지만 결국은 약점투성이일 수 밖에 없는 사람이기에~ㅋㅋ 충분이 이랬을 듯 싶습니다.
(제가 공자님을 비하할 의도로 쓴 것은 아닙니다만 쓰고 나서 읽어보니 좀 그렇긴 하네요. 제가 글솜씨가 부족해서인지 더이상 다듬지는 못하겠습니다)

양수는 결국 조조의 역린逆鳞을 건드려 저승길 KTX에 자발적 승차를 하지요. 아래는 그의 저승길 KTX 승차권입니다.

鸡肋,食之无所得,弃之如可惜。
《三国志·魏志·武帝纪》裴松之注引《九州春秋》

닭갈비라, 먹자니 이빨에 끼기만 하고 버리자니 참 아깝고.

ㅎㅎ갑자기 계륵 이야기를 하니 남녀 간에도 이런 경우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사귀자니 2% 부족하고 남 주자니 2% 아깝고. 쩝, 나는 언제나 2%를 채워서 선택을 받으려나~ㅠㅠ

어~이야기가 너무 샜는걸요. 레드썬!!!

어쨌든 미실도, 세종공도, 덕만도, 유신도 모두 그걸 알기에 삼한통일을 말할 수 없었겠죠.
미실이나 세종공은 삼한통일 전쟁은 필연적으로 신권 약화를 가져오니 공개 극력반대
덕만은 당시 시대정신^^에 비춰봤을 때 삼한통일 전쟁 수행은 수컷이 왕이 되어 수행해야 하는 지난至难한 작업이라는 시대정신에 위배되기에 잠시 공개 보류
유신은 워낙 중차대한 일이라 일단 보류

당시 국력 상황을 보더라도 신라는 말그대로 신흥강호. 한마디로 이번시즌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시티, 즉 맨시티 정도 될까여.
다른 리그는 사실 눈에 띄는 강호가 보이지 않아 기존 강자들의 득세가 예상되는 바 EPL만 살짝 봤습니다만.

스타리그로 따지면 4대 본좌는 열외로 하고(지금은 다들 은퇴한 강호의 전설일뿐. 전설은 전설일뿐 현실과 혼동하지 말자~ㅋㅋ)
택뱅리쌍으로 불리는 김택용, 송병구, 이제동, 이영호 외 정명훈이나 신상문 정도라고 해두죠.

하지만 전체 시장 지분으로 봤을 때 EPL은 B4(맨유, 첼시, 아스날, 리버풀)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강자이고 스타판은 택뱅리쌍이 95% 이상 차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경쟁자들인 맨시티, 정명훈, 신상문의 지분은 극히 적습니다.

진흥왕 시대를 거치면서 한강 유역을 차지하면서 지형적, 물류 운송적 이점을 확보하기는 했으나 신라는 아직 미약하기 짝이 없던 나라였습니다.

그랬기에 삼한 통일은 너무나 허황된 꿈이라 여겨지는 환상, illusion이었죠.
 
가야 유민의 모든 희망을 한 몸에 안고 있는 유신. 그는 중대한 결심을 털어놓습니다.
“닭의 머리냐, 용의 발톱이냐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용의 발톱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 철저한 2인자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냐?一人之下,万人之上 "네, 그렇습니다."

전국책战国策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宁为鸡口,不为牛后。《战国策•韩策》
용 꼬리가 되느니 뱀 머리가 되겠다.

여태껏 유신 일가는 이런 희망을 가지고 나름의 힘을 기르고 있었는데 희망을 가지고 있던 자식이라는 놈이 전 신라의 발톱이 되겠다 하니 이건 뭐~. 그러다 발톱의 때만도 못한 놈이 되버리면 어쩌려고^^;;

아들 사랑이 유별한 조선땅 어머니 만명부인께서 안타깝다는 듯이 말합니다. "네가 공주의 부마가 되면 왕도 될 수 있다." 어머니로서는 당연한 말이죠. 냉철한 애널리스트 우리의 유신랑은 "결코 안 될 일입니다. 전 가야계, 제가 부마가 되어 왕이 되면 미실의 세력이 급증하며 내전이 일어날 겁니다"라며 상황 분석을 합니다.

중국의 4대 기서인 홍루몽红楼梦을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癞蛤蟆想吃天鹅肉。《红楼梦·曹雪芹》
두꺼비가 기러기 고기 먹을 꿈을 꾸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

유신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보고 있었습니다. 주제, 아니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했다고 하죠.
그리고 2인자의 길을 과감히 선택하고요. 그 1인자가 자신이 연모하는 여인이라 더 가슴 아프긴 하네요.

하지만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2인자 노릇이 과연 쉬울까요?


위 사진은 왼쪽부터 공자가 숭상해 마지 않던 주周나라의 주공周公, 촉한蜀汉의 승상 제갈량诸葛亮 그리고 현대 중국의 실질적 건국의 아버지 주은래周恩来 총리입니다. 이 세명은 각각 주성왕周成王, 촉한蜀汉 후주後主 유선刘禅, 중화인민공화국 1대 주석 모택동毛泽东을 보필한 중국 역사상 가장 이상적인 2인자로 평가받는 인물들입니다.

(왼쪽부터 강태공, 관중, 안자, 곽광)

물론 여기에 좀 더 포함시킨다면 제환공齐桓公을 보필해 패업을 달성하도록 한 관중管仲과 관중 이후 제나라의 재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안평중晏平中 안자晏子 선생님이 있겠네요.

물론 한소제汉昭帝를 옹립하고 2인자에 머무른 곽광霍光이나 주무왕周武王과 문왕文王을 보필하여 주나라 건국에 큰 공을 세운 낚시의 성인^^ 강상姜尚 강태공姜太公 옹翁이 있으나 사실 위 세인물과 달리 개인 세력 확대를 극도로 추구해 말로가 썩 좋지 못했다거나(곽광) 제齐라는 영지를 얻음으로써 실질적으로 일국의 군주가 되었기에(강태공) 경우가 완전히 다른 것 같습니다.

주공, 제갈량, 주은래. 이 세 인물은 어리고 약한 군주를 보필하거나(주공, 제갈량) 군사전략은 뛰어나나 뭔가 똘끼가 가득한 동료가 나라의 기틀을 잡고 자신은 2인자로 물러난(주은래) 도저히 범인은 따를 수 없는 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세상을 뜰때 재산 한푼 남기지 않죠. (주공은 살짝 열외. 제갈량은 뽕나무와 오두막집 하나 정도, 주은래는 정말 자식도 남기지 않고 육신도 한 줌의 재로 강물에 뿌려집니다)

2인자로서 성공한 경우보다 실패한 경우를 역사 속에서 더 많이 봅니다. 일일히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아니 2인자가 되기가 1인자가 되기보다 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1인자가 되고 나면 경쟁자를 과감히 처단하는 토사구팽兔死狗烹의 본능이 있으니까요.

유신은 그 2인자의 길을 가겠다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정사正史는 열외로 치고 드라마 속 선덕여왕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는 모르겠으나 유신이 힘든 길을 선택한 것임은 분명합니다.

선덕여왕 속에서 미실은 그 2인자의 길을 너무나 능숙히 가고 있죠. 황후가 될 생각은 하나 황제가 될 생각은 하지 않으니 자신의 욕심을 철저히 제한을 두는 여유를 둘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녀는 당시 시대정신에 비춰봤을 때 여인이 그 1인자가 될 경우 얼마나 험난한 가시밭길을 가게 될지 너무나 뻔히 알기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덕만은 확실히 정치적 수완이나 대세 판단은 미실보다 한 수 아래인 것 같습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初生牛犊不怕虎 했던가요?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모르니 꿈을 꾸는 것이겠지요. 패배의 맛도 알고 쓴 맛을 느끼고 나야 조심하게 되고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 법이죠.


2007년 3월 3일, 당시까지 무적의 연승가도를 달리며 절대 본좌를 꿈꾸던 마재윤은 푸켓몬이라는 별명까지 달고 있던 하룻강아지 김택용에게 3대 0이라는 충격의 일격을 맞고 처절한 패배가 어떤 맛인지 보게 되죠. 그리고 나서는 생각이 많아져서일까요? 양대리그에서 결승은 다시 못밟고 오히려 굴욕의 별명만 수십가지 달리게 됩니다.


슬램덩크에서 산왕의 정우성을 상대하던 최고의 루키, 하룻강아지 서태웅은 처절하게 발리죠. 그래도 덤비나 한계를 느낍니다. 그때 머리 속에 떠오른 또다른 천재, 제가 좋아라 하는 윤대협 군의 한마디 "넌 1on1과 경기에서의 패턴이 너무 똑같아. 널 1on1으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하지만 경기에서라면 다르지"라는 말 한마디에 각성하고 어시스트 행진. 이에 절대 본좌로 있던 정우성은 생각이 많아지고 무뤂을 꿇습니다.

연륜이 패기에 무너지는 경우. 이런 경우들이죠. 미실과 덕만은 어떨까요? 현재까지는 3.3 이전의 마재윤, 서태웅 각성 전의 정우성처럼 미실이 우위에 있는데요. 기대되네요.

어쨌든 유신은 중대한 결심을 했습니다. 연모하는 그녀를 평생 곁에서 모시기로 말이죠.
가문의 부활, 미실이라는 권신權臣의 척결이라는 정치적 시각을 벗어던지고 남녀의 사랑이라는 감성적 시각으로 보면 유신은 정말 사랑하는 덕만을 평생 곁에서 지켜주고 싶어서 2인자로 만족하면서 덕만을 보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질된 사랑인 소유욕이 아닌, 수컷의 본능을 포기한 에로스적 사랑이 아닌 순수한 플라토닉 사랑을 추구하는 그런 거 말이죠.

그런 유신의 마음을 알아서일까요? 서로 사랑하는 이심전심이 되는 것일까요? 유신이 무술 비재를 대비해 연습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덕만.
과연 저 덕만의 뒷모습, 덕만의 눈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제발 꼭 이겨서 풍월주가 되어 내가 여왕이 되는데 꼭 힘을 보태달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몸 성히 비재를 잘 마치길 빌고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미실만큼 비정한 정치생물이 되지 않았기에 후자에 좀더 점수를 주고 싶은 개인적 생각입니다.



我住长江头,君住长江尾。日日思君不见君,共饮一江水。
此水几时休,此恨何时已。但愿君心似我心,定不负相思意。《李之仪·卜算子》

님과 제가 장강 극단에 있으니 매일 님을 그린다하나 볼수 없네요.
이 강물 함께 다 마셔 다하는 날이면 이 그리움 사라질까요?
님 마음이 제 마음과 같아 사랑하는 마음 변치 않길 바랍니다.


아마 유신이건 덕만이건 이런 마음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여기서 선덕여왕 33화 中편을 마무리하고 下편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항상 좋은 글로 여러분을 찾아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추천도 많이 해주시고 댓글도 많이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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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호바니 2009/09/18 02: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긴 글인데도 재미있어요^^ 마지막의 장강을 마주한 정인의 시가 싸아합니다.
    선덕여왕 김유신 보는 재미로 1주일이 즐겁습니다...
    김유신과 관련된 글이라 더욱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 BlogIcon XINGXING 生当作人杰 2009/09/18 1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잘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더 좋은글 쓰도록 노력하죠~

      제가 좋아하는 싯구절입니다. 괜히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그래도 좀만 응용하면 중국친구들과 농담할때 좋더라고요~

      좋은 하루 되세요~^^

  2. 식고 2010/07/10 1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찌저찌하여 검색을 통해 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역사]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리!!! 충성맹세~알천랑

MBC 선덕여왕 2009/09/07 12:14
선덕여왕 포스팅만 벌써 몇개째이던가~얼른 보조를 맞추던가 해야지~

선덕여왕 25화에 알천이 낭장결의를 하고 자결을 시도하던 장면이 있다.
자진을 함으로써 자신의 의지를 천명하려는 화랑의 결의.
그리고 때마침 등장하는 덕만.

알천이 "비키거라. 니가 나설 일이 아니다.狗拿耗子,多管闲事。"라고 말하자 "무례하다. 미실이 나를 인정치 않고 내가 황실에서 버려졌다하여 너 또한 나를 인정치 않는 것이냐?"며 카리스마 확 풍기는 덕만. 여기에 기죽은 알천이 서라벌에 있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자 "나를 걱정하는 것이냐? 신국을 걱정하는 것이냐? 나는 살아 공주가 되어 너희들의 주인이 될거다. 그러니 살아라"기개를 풍긴다.英气逼人
천명공주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몸부림치는 알천. 여기에 덕만은 "견뎌랴. 나도 견디고 있다. 죽고자 하는 마음으로 버텨내어 이 오욕과 분노를 되갚아라. 君子报仇,十年不晚。 화랑의 주인으로 명한다."고 오야붕의 멘트를 확 날려준다.

앞서 여러번 나왔던 항우项羽는 바로 "君子报仇,十年未晚, 군자의 복수는 십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는 이걸 못해서 오강에서 자결을 한다. 당唐나라의 소두보小杜甫라 불렸던 두목杜牧제오강정题乌江停을 지어 이런 항우의 결정을 안타까워 했다. 그래, 뜻만 가지고 있다면 그렇다면 언제든 재기할 수 있는 법.
두목杜牧의 제오강정题乌江停 감상

留得青山在,不怕没柴烧。
산이 남아있기만 하다면 장작 없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개 낭도라 여겼던 덕만이 홀연 공주의 신분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등장해摇身一变为 태산 같은 카리스마로 압도하자 여태껏 상관이었던 알천, 절로 무릎이 땅에 닿으면서 "비천지도의 화랑 알천, 화랑의 주인 공주님을 뵈옵니다."라고 충성을 맹세한다.

전국책战国策의 조나라 편을 보면 예양豫让이라는 자객이 자신을 중용해준 진晋의 지백智伯의 원수를 갚기 위해 숯을 먹고 몸을 검게 칠해 변장한 후 조양자赵襄子를 암살하려 하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으면서 유명한 말을 남긴다.(일설에는 위魏나라 자객 섭정聂政의 누이가 남긴 말이라는 말도 있다)

士为知己者死,女为悦己者容。《战国策·赵策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고 여자는 자신을 아껴주는 이를 위해 꾸민다.

알천도 덕만에게 이런 마음으로 맹세를 했을 듯.

최소한 이런 상관이 아니더라도 지음知音의 벗만 있다하더라도 인생은 성공한 것이지.
종자기钟子期가 죽자 비통해 하며 거문고 연주를 그만둔 백아伯牙처럼...

三尺焦桐为君死,此曲终兮不复弹。《列子》
거문고 소리 들어줄 그대 없으니 이제 더이상 연주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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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XINGXING 生当作人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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